나의 소년은 흰 얼굴로 돌아본다. 엘론드. 엘론드 페레델. 엘. 나의 별지붕. 너의 이름은 내 혀끝에서 별처럼 맴돌다가 하얀 포말처럼 사라진다. 덜 영근 이목구비. 어린아이만큼만 살이 오른 둥글고 흰 뺨은 혀를 가져다 대면 여름 한 낮의 복숭아 향이 코를 스칠 것 같다. 너는 깔끔치 못한 모텔 벽을 타고 오른 개미나, 모기에게 물린 것처럼 붉게 흔적이 남은 목덜미를 손가락 끝으로 무심하게 긁적인다. 나는 개미이거나 모기이다. 접어 올린 슬랙스 사이로 흰 발목이 도드라진다. 너의 봉숭아뼈는 아직 덜 여물어 입술로 깨물면 금방이라도 터져버릴 것 같다. 남색의 멜빵은 오른쪽 어깨 위에서 꼬여있었다. 너는 한 손에 헝클어진 보타이를 든 채로 긴 거울 앞에서 발돋움을 해본다. 너의 발바닥. 푹신한 러그를 밟는 발. 발돋움 하느라 옹송그려진 발바닥에 지는 그 여리고 어린 주름까지도 나는 사랑스러워 견디지 못한다.

소년의 어깨는 작고 둥글다. 목덜미에 작은 비단 공을 올려놓으면 너의 어깨까지 도르르 굴려 바닥 위로 떨어질 것이다. 엘의 어깨는 아래로 경사지는 완만한 언덕과 같고, 발레를 배우는 열두살의 소녀의 것과 같다. 너는 어깨를 으쓱여 손목 아래로 내려오는 소매를 추스르려고 하다가 이내 거울 너머로 너를 바라보고 있는 나와 눈을 맞춘다.


 엘은 무거워 보이는 흰 셔츠 아래로 두 다리를 비죽하게 내밀고 큼지막한 소파에 앉아 신문을 읽는다. 엘의 눈은 주로 문화면 구석에 있는 시나 소설을 읽다가 그로 성이 차지 않으면 이따금 사회면과, 그도 지겨워지면 헤드라인을 하나하나 소리 내어 읽는다. 얇고 부드러운 입술은 모음을 발음할때마다 둥글게 오므려진다. 「이리와서 앉아요.」너의 목소리는 제우스의 번개처럼 붉고 밤바다에 이는 해일처럼 사납다. 나는 엘이 소리를 높이는 것을 본 적 없다. 마글로르가 유일하게 좋은 교육을 한 것이 있다면 이 상냥하고 여린 아이에게 소리 높이지 못하도록 가르친 것일 것이다. 나는 경건하게 요정 앞에 무릎 꿇는다. 소년이 있는 곳이 나의 제단이었고 소년의 몸이 그 자체로 나의 교회였다. 나는 타락한 욕망을 온 몸으로 누설하며 제단 앞에 어린 양처럼 무릎 꿇는다. 엘론드는 부드러운 맨발로, 움푹 패인 발바닥으로 느리게 무릎을 문지른다. 창자가 들끓는 고통을 욕정이라고 한다면 나는 틀림없이 욕정도 사랑의 일부이리라고 믿는다. 너의 작은 발. 아찔하게 열을 올리는 고통에 눈을 감았다. 「 길갈라드. 나랑 하고 싶은게 있죠? 」그의 말투는 확신에 차있다. 작은 목소리는 새가 노래하는 소리처럼 낮게 갈라진 회벽을 울리고 가슴 깊숙이 감춰둔 마지막 양심을 들쑤신다. 아, 나는 맹세컨대 너에게 그런 일을 할 마음 한자락도 품지 않았다. 모든 것은 꿈에 불과했다. 꿈은 꾸는 것이었고 나는 너를 꿈꾸었으나 감히 곧게 뻗은 흰 다리를 탐하는 것을 꿈 밖으로 꺼내어 볼 정도로 미련한 어른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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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트로 부터 다시 쓸 계획이긴 한데 안풀려서 뭐라도 올림ㅋㅋㅋㅋㅋ일인칭은 왜이렇게 오그라드는거죠? 길갈라드 험버트 죄송합니다. 하지만 어른이니까 반성해ㄹ....롤리타를 쓰고싶어서 썼으므로 롤리타의 내용이 꽤 반영된 느낌...

내용의 일부는 모처에서 썰풀었던 내용이 들어가 있습니다. 그냥 손풀려고 써봤지만 썰메분께 죄송해서 천천히 쓰는 내용에는 최대한 썰내용은 제 아이디어 외엔 제하려고요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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