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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백업1 2013.02.03
  3. [스란엘] joker 2 2013.01.20
  4. [길엘] 페레델, 페레델 2 2013.01.16

 




 나의 소년은 흰 얼굴로 돌아본다. 엘론드. 엘론드 페레델. 엘. 나의 별지붕. 너의 이름은 내 혀끝에서 별처럼 맴돌다가 하얀 포말처럼 사라진다. 덜 영근 이목구비. 어린아이만큼만 살이 오른 둥글고 흰 뺨은 혀를 가져다 대면 여름 한 낮의 복숭아 향이 코를 스칠 것 같다. 너는 깔끔치 못한 모텔 벽을 타고 오른 개미나, 모기에게 물린 것처럼 붉게 흔적이 남은 목덜미를 손가락 끝으로 무심하게 긁적인다. 나는 개미이거나 모기이다. 접어 올린 슬랙스 사이로 흰 발목이 도드라진다. 너의 봉숭아뼈는 아직 덜 여물어 입술로 깨물면 금방이라도 터져버릴 것 같다. 남색의 멜빵은 오른쪽 어깨 위에서 꼬여있었다. 너는 한 손에 헝클어진 보타이를 든 채로 긴 거울 앞에서 발돋움을 해본다. 너의 발바닥. 푹신한 러그를 밟는 발. 발돋움 하느라 옹송그려진 발바닥에 지는 그 여리고 어린 주름까지도 나는 사랑스러워 견디지 못한다.

소년의 어깨는 작고 둥글다. 목덜미에 작은 비단 공을 올려놓으면 너의 어깨까지 도르르 굴려 바닥 위로 떨어질 것이다. 엘의 어깨는 아래로 경사지는 완만한 언덕과 같고, 발레를 배우는 열두살의 소녀의 것과 같다. 너는 어깨를 으쓱여 손목 아래로 내려오는 소매를 추스르려고 하다가 이내 거울 너머로 너를 바라보고 있는 나와 눈을 맞춘다.


 엘은 무거워 보이는 흰 셔츠 아래로 두 다리를 비죽하게 내밀고 큼지막한 소파에 앉아 신문을 읽는다. 엘의 눈은 주로 문화면 구석에 있는 시나 소설을 읽다가 그로 성이 차지 않으면 이따금 사회면과, 그도 지겨워지면 헤드라인을 하나하나 소리 내어 읽는다. 얇고 부드러운 입술은 모음을 발음할때마다 둥글게 오므려진다. 「이리와서 앉아요.」너의 목소리는 제우스의 번개처럼 붉고 밤바다에 이는 해일처럼 사납다. 나는 엘이 소리를 높이는 것을 본 적 없다. 마글로르가 유일하게 좋은 교육을 한 것이 있다면 이 상냥하고 여린 아이에게 소리 높이지 못하도록 가르친 것일 것이다. 나는 경건하게 요정 앞에 무릎 꿇는다. 소년이 있는 곳이 나의 제단이었고 소년의 몸이 그 자체로 나의 교회였다. 나는 타락한 욕망을 온 몸으로 누설하며 제단 앞에 어린 양처럼 무릎 꿇는다. 엘론드는 부드러운 맨발로, 움푹 패인 발바닥으로 느리게 무릎을 문지른다. 창자가 들끓는 고통을 욕정이라고 한다면 나는 틀림없이 욕정도 사랑의 일부이리라고 믿는다. 너의 작은 발. 아찔하게 열을 올리는 고통에 눈을 감았다. 「 길갈라드. 나랑 하고 싶은게 있죠? 」그의 말투는 확신에 차있다. 작은 목소리는 새가 노래하는 소리처럼 낮게 갈라진 회벽을 울리고 가슴 깊숙이 감춰둔 마지막 양심을 들쑤신다. 아, 나는 맹세컨대 너에게 그런 일을 할 마음 한자락도 품지 않았다. 모든 것은 꿈에 불과했다. 꿈은 꾸는 것이었고 나는 너를 꿈꾸었으나 감히 곧게 뻗은 흰 다리를 탐하는 것을 꿈 밖으로 꺼내어 볼 정도로 미련한 어른은 아니었다.



-

인트로 부터 다시 쓸 계획이긴 한데 안풀려서 뭐라도 올림ㅋㅋㅋㅋㅋ일인칭은 왜이렇게 오그라드는거죠? 길갈라드 험버트 죄송합니다. 하지만 어른이니까 반성해ㄹ....롤리타를 쓰고싶어서 썼으므로 롤리타의 내용이 꽤 반영된 느낌...

내용의 일부는 모처에서 썰풀었던 내용이 들어가 있습니다. 그냥 손풀려고 써봤지만 썰메분께 죄송해서 천천히 쓰는 내용에는 최대한 썰내용은 제 아이디어 외엔 제하려고요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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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업1

2013. 2. 3. 0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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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란엘] joker

from archive/Tolkien 2013. 1. 20. 06:04

[스란엘] joker







 “린디르!”



 갑작스럽게 리벤델이 부산스러워지자마자 린디르는 리벤델의 입구까지 뛰어나갔다. 다른 방문객이라면 오겠다는 전갈을 받고 진작부터 기다리고 있었거나, 천천히 걸어 나가 손님을 맞이했거나 둘 중하나였겠지만 린디르는 지금 자신의 이름을 부르는 목소리의 주인공을 잘 알고 있었다. 


 “스란두일님!”


 요정이 가쁜 숨을 몰아쉬는 일이 살면서 몇 번이나 생길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린디르는 리벤델에 스란두일이 들이닥칠 때마다 경험하고 있는 일 중에 하나였다. 엘론드에게 명이 깎이는 느낌이라고 엄살을 부려도 스란두일은 ‘요정 명이 깎여봐야 얼마나 깎인다고.’하고 대화를 막아버려 제대로 된 엄살조차도 부릴 수가 없다.


 “이번에는 무슨 일로..."

 "무슨 일이 있어야 친우를 보러오나?“

 “아, 아니 그런게 아니고요.”

 

  “엘론드는 어딨나?”


 스란두일의 금색화관에는 보기 좋게 익은 벼이삭과 갈대가 꼽혀있었고 위로 뾰족하게 뻗은 왕관은 어디에 가서도 절대 굽히는 법 없는 스란두일에게 그보다 더 잘 어울릴 수 없을 만큼 어울렸다. 봄에는 화관이, 여름에는 푸른 잎사귀가, 가을에는 벼이삭이 흔들리는 왕관만큼 숲의 왕에게 어울리는 왕관도 없을텐데, 게다가 그는 굽히지 않는 나무처럼 어디에 내놓아도 당당하기 그지없기까지 했다. 린디르의 주관적인 소견으로는 가히 뻔뻔할 정도였다. 한 번도 입 밖에 내서 말해본 적은 없었지만.


 “안쪽에 계십니다. 요즘 오르크 떼가 내려오는 일이 잦아서 아드님과 같이 지도를 보고 계실겁니다. 안내할까요?”

 “됐네. 내가 가지.”


 그는 린넨으로 된 베일이 벗겨지듯이 우아하고 부드럽게 엘크에서 뛰어내렸다. 요정들이 대개 그러한 가볍고 날렵한 몸짓을 가지긴 했지만 스란두일은 그보다는 배로 은밀하고 배로 조용히 움직였다. 아마 숲에서 오랫동안 은신하며 살아온 요정의 일족이라 그럴테지 싶은 생각을 하는 사이 린디르의 손에는 스란두일의 엘크의 고삐가 쥐여있었다. ‘그거나 잘 간수하게.’ 멀어지는 스란두일의 목소리가 들렸다고 생각하는 찰나 엘크는 제 주인을 꼭 닮아 도도하기가 짝이 없는 표정으로 린디르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이래뵈도 분명히 일루바타르의 첫째 자손이 맞는데 왜 저딴 동물을 눈앞에 두고 자신이 드워프 만큼 작아지는 기분을 맛봐야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지만, 어쨌든 린디르의 심경은 스란두일이 방문할 때마다 그만큼 처참했다. 



 




 “엘론드”

 “스란?”


 격의 없이 애칭을 부르는 엘론드의 목소리에, 엘쌍둥이가 모두 지도에 두었던 눈을 거두고 저편에서 가벼운 걸음으로 걸어오는 스란두일을 바라봤다. 황금색 옷가지에 또 황금색으로 수 놓은 옷은 멀리서 보기만 해도 지독하게 물질적인 무거운 존재감이 느껴졌고 엘라단과 엘로히르는 미간을 좁히곤 목만 가볍게 움직여 인사했다. 같은 요정인데도 포도주와 황금에 눈을 빛내는 스란두일을 엘쌍둥이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던데다가, 그가 리벤델에 올 때마다 엘론드가 여러 가지의 일로 곤란해 하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예를 들면 다음으로 스란두일이 꺼내는 말 같은 것들이 그랬다.


 “오르크 떼가 온다고 셋이서 지도를 보고 있었다며? 켈레브리안의 그늘에 잠겨서 오르크 피나 보는 짓을 대체 언제까지 할건가?”

 “...스란두일.”


 여지없이 인사를 하기도 전에 표정없는 얼굴로 고개를 기울이며 속을 긁는 소리를 해대는 스란두일을 보고 엘쌍둥이는 미간을 좁혔지만, 엘론드는 둘이 나서기도 전에 팔을 뻗어 두사람을 제지했다. ‘둘 다 물러가 있어라. 손님 맞을 준비를 해두고.’. 리벤델에 마시는 이가 없는데도 불구하고 엘론드가 샤이어에서 맥주와 포도주를 가져다가 놓는 것은 저 진득하고 예의없는 손님 때문이었다. 켈레브리안의 이름이 나오기 시작하면 두 쌍둥이가 날뛰는걸 알고있는 엘론드는 둘을 물려놓고 나서야 한숨을 내쉬었다. 


 “이번에는 무슨 일인가?”


 엘론드가 말을 마치기도 전에 스란두일은 불쾌한 이야기를 듣기라도 한 표정을 엘론드에게 되돌려주었다.


 “린디르랑 똑같은 소리를 하나? 용건 없이 왔네. 안되는가?”

 “자네에게 내가 안 된다고 할 것이 뭐가 있나. 그래도 엘라단과 엘로히르 앞에서 켈레브리안 이야기를 꺼내는 건 제발 관두게.”


 스란두일은 엘론드가 권하지 않아도 엘라단이 앉아있던 의자 위에 몸을 뻗으며 앉아 엘론드를 올려다보았다. 표정 없던 눈매가 얄상하게 휘어져 마치 엘론드를 비웃기라도 하는 것 같았고, 덕분에 엘론드는 엘쌍둥이가 모습을 감춘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


 “내가 못할 말을 했나? 둘 도 이제 엄마 찾을 나이는 지나지 않았나.”

 “스란.” 

 “네가 그렇게 감싸고 도니까 애들이 아직도 오크 피 보는데 환장해서 밖으로 나돌잖아.”

 “...스란, 제발.”


 “하기야 놀도르 피가 어디가겠나.”

 “스란두일!”


 스란두일이 말하는 ‘놀도르’의 피에는 아마도 엘론드가 가진 피와, 쌍둥이의 어머니인 켈레브리안이 갈라드리엘에게서 물려받은 피를 지칭하는 것이겠지만 엘론드는 스란두일의 말의 의미가 거기서 끝나지 않는 것을 듣는 순간 알았다. 스란두일의 부친이 단순히 놀도르를 싫어했던 요정이기 때문은 아니었다. 그랬다면 스란두일도 엘론드 자신과 엮이지 않았을테지만, 스란두일은 오래전 죽은 길갈라드까지 언급하고 있었던 것이리라. 그는 길갈라드를 마치 싸움을 좋아하는 놀도르의 왕 정도로나 여겼고, 엘론드가 그의 죽음에 아직까지도 목말라 하는 걸 보기 싫어했다. 둘 중 어느 것이 더 중요한 의미를 지니냐고 하면 스란두일에게는 당연히 후자였다.


 “스란두일, 내가 자네를 손님으로 대접할 수 있게 해주게.”

 “더 이상 하면 내쫓기라도 하려고?”

 

  엘론드는 대답하지 않았다. 


 “오랜만에 본 친우에게 이럴건가 엘론드?”

 “객이라면 제발 객답게 굴게. 자네가 올 때마다...!”


 차마 말을 다 잇지 못하고 입술을 다무는 엘론드를 보던 스란두일은 스산하게 웃었다. 차분하게 내려앉은 금발은 마치 황금처럼 보였는데, 그는 갈라드리엘과 같은 오래된 놀도리안을 제외하면 흔히 보기 어려운 색이었다. 스란두일은 그의 왕관처럼 날카롭고 가감 없는 사람이었고, 차라리 말을 아끼되 하고 싶지 않은 말을 내뱉는 요정도 아니었다. 요정치고는 드물게 물욕에 솔직한데다가 지금처럼 엘론드를 상처 입히는데도 거리낌이 없었다. 그의 성격이 과연 어느 요정의 핏줄에서 비롯되었는지도 알 길이 없었고, 엘론드는 이따금 그의 비뚤어진 성격이 푸른 숲이 어둠 숲이 되어버린 것과 관계가 있는 것은 아닌가 생각했지만 적어도 엘론드가 만난 스란두일은 처음부터 저런 종류의 요정이었다.


 “내가 올 때마다 뭐, 심장이 파일 것 같은가? 아직도 숨이 막히나? 쌍둥이가 불쌍해서 견딜 수가 없나? 그도 아니면, 엘로스처럼 아르웬이 인간처럼 죽어갈까봐 그게 두려워지나? 내가 자네가 무서워하는 것들을 깡그리 뒤집어 놓고 가서 영겁을 사는 게 점점 자신이 없어지느냔 말야.”


 스란두일의 표정은 여전히 날카롭게 벼려져있었다. 웃음은 자조하는 듯이 보였다가도 무서울 만큼 차가웠고 엘론드는 드물지 않게 보는 표정임에도 스란두일의 그러한 차가운 표정에는 여전히 익숙해지지 못했다.



 “엘론드. 제발 작작 좀 해. 자네만큼 잃어버린 사람은 드물지만, 그렇다고 자네만 모든 걸 잃어버리고 산건 아니니까.”


 엘론드는 그가 아버지를, 그리고 그의 푸른 왕국을 잃어버린 것도 모르지 않았다. 그의 하나 뿐인 아들은 그가 잃어버린 것들을 대변하기라도 하듯 푸른 잎사귀라는 이름을 가졌었던 것도 기억했다. 그럼에도 잊게 되는 것이다. 산맥에 깔린 서늘한 안개처럼 고요하고 차갑게 웃음 짓는 스란두일은 무언가를 잃은 사람보다는 탐욕을 일구는 사람처럼 보였기 때문에. 


 “자네가 아무리 현자처럼 군다고, 내가 한마디 할 때마다 갈대처럼 흔들리는 자네를 엘라단과 엘로히르는 모를 줄 아나? 자네는 내 왕관보다도 더 위태롭고 자네 아들들보다도 약해. 차라리 칼을 들고 오크를 상대로 설치는 게 자네처럼 사는 것 보다는 백만 배 나을 걸세.”


 “스란두일.”


 엘론드는 목소리는 그 전보다 조금 작아졌다. 그는 스란두일에게 무언가를 말하기 위해 부르는 것이 아니라, 다만 스란두일이 그를 샅샅히 파헤쳐 제대로 아물지 않은 딱정이들을 뜯어내는 손길을 막는 것에 급급했다.

 엘론드의 목소리가 바람 앞의 등불만큼이나 작아지고 나서야 스란두일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만하면 됐으니 만찬이나 들러 가지. 엘라단이랑 엘로히르가 날 왜 싫어하는지도 모르면서 혼자 고고한 척이라니. 현기증이 나니까 포도주를 마셔야겠네. 안내하지 그러나?”

 

 




 식탁 위에는 풍성한 과일과, 넘치지 않지만 모자라지도 않은 포도주, 겨우 별미나 될 법한 샤이어산 맥주가 올라와 있었다. 엘라단과 엘로히르는 손님에 대한 예의로나마 스란두일이 그 자리에 나타날 때까지 기다렸다가는, 얼굴을 마주친 뒤에 곧장 모습을 감추었고 아르웬이 먼 발치에서 가벼운 목례를 남기고 사라졌다. 


 “별 빛이 흐리군.”


 엘론드는 이번에도 역시 침묵했다. 포도주를 입안에 부어넣며 스란두일이 흘린 말이 아르웬이 꺼져가고 있음을 시사하는 말이라는 걸 모르지 않았다. 사실을 말하자면 스란두일 보다도 엘론드가 그녀의 생명을 더 확실하게 가늠하고 있었다. 엘론드에게는 뇌리를 스치는 예지력이 있었고, 그는 지금까지도 그 수 많은 슬픔과 역사 사이에서 수 없이 그것을 겪어왔다. 단순한 바람만으로는 꺼져가는 별 빛을 살릴 수 없다는 것까지도 가엾은 리벤델의 군주는 이미 알고 있었다.




 “아직 별이 뜰 시각이 아니네.”

 “내가 에아렌딜의 빛이라도 보고 그러는 줄 아는가?”


 엘론드는 모르는 척 말을 이었고, 스란두일은 그의 궁상맞을 정도로 안타까운 대답에 웃음을 터트렸다. 천 년이 흘러도 아물지 못하는 상처들을 날카로운 칼로 파헤쳐 놓고 나서 스란두일은 그것이 만족스러운 듯, 안타까운 듯 애매한 표정으로 웃음지었다. 술통이 비도록 포도주를 비워도 그는 취하지 않았고, 몇 잔의 맥주를 마시고도 나태한 군주처럼 웃고 있었다. 포도송이 한 알도 입에 넣지 않고 엘론드는 돌로 세공한 의자 위에 등을 곧게 펴고 앉아 스란두일을 기다렸다. 그가 술통을 비워내길 기다렸는지, 만찬이 끝나기를, 그도 아니면 무엇을 기다렸는지도 모르게 엘론드는 오랫동안 느긋하고 서늘한 표정으로 만찬을 즐기는 스란두일을 기다렸다. 그 자신도 자신이 무엇을 기다리고 있는지 몰랐다. 어쩌면 스란두일이 헤집어놓은 상처에서 피가 멈추기를 기다렸는지도 몰랐다.




 “엘론드.”


 스란두일이 다시 엘론드를 불렀을 때는 별이 뜰 시간이 되어서였다. 요정들이 가장 사랑하는 에아렌딜이 하늘 위에 떠있었고, 스란두일은 지금까지의 풍족하고 만족스러운 표정은 밤의 장막 너머로 사라져버리기라도 한 듯이 무서우리만치 곧게 엘론드의 눈을 응시했다.


 “사랑하네.”


 

 그의 목소리는 조용하고 깨끗했다. 한 톨의 흔들림도 없었고, 한 점의 흐림도 보이지 않았다. 그 순간 만큼은 그는 탐욕에 젖은 요정의 군주보다는 요정 본연의 모습에 가까운 것처럼 보였다. 말소리는 깨끗하게 개인 밤을 가로질렀다. 엘론드는, 눈을 감았다. 그는 대답하지 않았고, 그 어떤 작은 소리도 내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자네의 상처들이 아직도 보기 흉하게 남아 있는게 치가 떨리도록 싫어. 다시 칼집을 내면 이번에는 제대로 아물까, 이번에는 보이지 않게 될까, 그래도 끝끝내 아물지가 않더군. 그래도 또 하는 걸세. 또 칼집을 내고, 또 헤쳐 놓고. 이번에는 아물어라. 이번에는 제발 흔적도 없이 사라지라고.”



 빌어먹을. 스란두일은 낮게 읊조렸다. 그러나 그는 말을 멈추지 않았다. 


 “난 아마 다음에도 또 그러겠지. 자네는 마음이 좋아서 또 받아줄거거든. 그때도 마시지도 않는 포도주를 리벤델의 식량창고에 쌓아놓고 나를 맞이 할테지.”


 


 “....취한 것 같으니, 그만 들어가겠네. 자네는 돌아가고 린디르를 불러주게.” 


 엘론드는 말 없이 일어서 자리를 떴다. 엘론드가 마지막으로 돌아보았을 때 스란두일은 두 눈을 감고있었다. 엘론드가 난 자리에는 린디르가 돌아와 스란두일을 부축했고 그는 늘 자신이 리벤델에서 머물던 방으로 돌아갔다고, 후에 린디르가 엘론드의 방으로 와 전했다.




 ‘취하지도 않으셨으면서 부축 받으시고 대체 뭐하시는 분입니까 그분은? 제가 정말! 저보고 자기 엘크는 잘 뒀느냐, 너 먹는 것보다는 좋은 걸 먹여야한다고 끝까지 시비를 털...아니 끝까지 잔소리를 하십니다.’


 엘론드는 스란두일이 취하지 않는 사람이라는 걸 잘 알았다. 그보다 더 한 술독에 빠져 지내면서도 여흥에 취할지언정 술에 취해 흐트러지는 사람이 아니라는것을 누구보다도 잘 아는 것이, 누구보다도 오래 살아낸 엘론드가 알고 있는 것들 중에 하나였다. 스란두일이 그것을 모를 리가 없다. 진심을 말하는데 술 취한 척 할 만큼 당당하지 못한 겁쟁이도 아니었다. 그만큼 그도 무거웠을 것이다. 푸르죽죽하게 죽어버린 소싯적의 기억들 위로 휘청거리는 엘론드의 세월까지 감당하는 것은. 


 “린디르.”

 “예.”


 “...하루 더 머물다 가시라고 해라. 엘크가 아직 여독이 풀리지 않은 것 같으니 좀 더 계시다 가라고.”

 “네. 로드.”


 완전 쌩쌩하던데요. 린디르는 그렇게 대답하려던 것을 누르고 알았다고 대답했다. 스란두일이 방문하면 자신이 강제 노역에 시달리는건 물론이고, 엘쌍둥이마저 밖으로 사라져 버리는데다가, 엘론드도 저렇게 축축하게 젖어있는 건 보통 일 중에 하나였기 때문이다. 엘론드는 늘 힘에 겨워하는 것처럼 보이면서도 결국은 스란두일에게 지고 말았다. 그것이 지는 것인지, 아니면 져주고 있는 것인지는 제대로 알기 어려웠지만 아마 둘 다일지도 모른다는 게 막연히 린디르가 느낀 것 중에 하나였다. 

 저렇게 잔뜩 장맛비를 맞은 풀처럼 눅눅하게 쳐져있다가도 다음날이면 두 사람은 별 일 없었다는 듯 리벤델의 정원에 앉아 어깨를 나란히 하고는 차라도 한 잔 마실테니까.




-

모처 리퀘. 리퀘 내용은 리벤델에 놀러온 스란두일이 엘론드 속 벅벅 긁다가 사랑한다고 히든카드 짠! 내밀어서 엘론드님이 녹는거였는ㄷ

엘론드 속 긁는 스란두일 원래 좋아합니다 쪼은 리퀘 주셔서 감사합니다ㅋㅋㅋ: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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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길엘, 페레델, 페레델






에레이니온 길갈라드가 자신의 조카뻘이 되는 작은 반요정을 거두게 된 것은 우연이 아니었을 것이다. 마치 그러하기로 되어있었던 것처럼 길갈라드는 검은 머리의 반요정을 본 순간 턱없이 어린 요정에게 사랑에 빠졌다. 마치 엘론드의 오랜 조상 중 하나가 난 엘모스 숲 속에서 멜리안을 마주쳤을 때처럼 그러했다. 반요정의 검은 머리칼은 별 빛이 뜨는 밤처럼 검었고, 다른 모든 요정들이 그렇듯 길갈라드에게도 별이 뜨는 밤은 가장 사랑하는 밤이었다. 길갈라드의 감정은 처음부터 격렬하거나 숨이 막히는 종류의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적으로 불러야 할 페아노리안 형제의 손에 길러진 어린 요정에 대한 애틋함이었을 것이다. 마이드로스와 마글로르 형제가 가엽이 여겨 기른 반요정의 머리에는 놀도르 최고의 장인의 피를 이은 형제의 손으로 빗어낸 티아라가 씌워져 있었고, 길갈라드를 만난 뒤 초창기 엘론드의 눈은 말없이 형제를 찾기라도 하는 것처럼 곧잘 불안하게 바다를 향하고는 했다.


 길갈라드는 젊은 요정왕이었지만, 그가 거둔 반요정은 그보다도 더 젊었다. 엘론드는 요정들 중에서도 아주 젊은 나이였음에도 어리다고 표현하기에는 그가 살갗으로 헤어온 슬픔들의 깊이가 얕게만 느껴져 어울리지 않았다. 길갈라드는 그를 어리다고 표현하기보다는 작다고 밀했고, 그보다는 더 자주 페레델이라고 불렀다.

 길갈라드는 아마도 처음 엘론드를 보았을 때부터 엘론드의 눈 속에, 그의 피 속에 흐르는 그 모든 자손들의 역사가 슬픔처럼 쌓여있음을 직감했다. 바다를 향한 눈동자가 가끔은 페아노리안 형제를 향한 것처럼 느껴졌다가도 그 다음순간에는 물가를 그리워하는 신다르의 갈증처럼 느껴졌다. 만일 길갈라드가 마주친 슬픔들이 엘론드의 피에 흐른 것이 아니었더라면, 길갈라드가 하루에도 수 십 번을 마주하는 눈동자에 켜켜이 쌓인 슬픔은 작은 요정이 살갗으로 헤아리기 힘들 만큼의 시절 때문이었을 것이었다.





 “엘론드.”


 엘론드의 목소리는 쉽게 들뜨는 법이 없었다. 심지어는 엘론드가 가장 사랑하고 믿어 마지않는 젊은 상급왕의 부름을 들었을 때조차도 그랬다.


 “길갈라드님.”


 웃음 짓는 순간에도 나지막히 울리는 목소리는 서두르는 법을 배우지 않고 사는 첫째 자손의 그것처럼 보였다가도, 길갈라드의 눈에만큼은 엘론드가 어찌 할 수 없이 겪었던 그 간의 모든 것들에 길들여진 탓처럼 여겨졌다. 때로 슬픔은 온 몸에 스며드는 무기력함과 그리 크게 다르지 않았다.

 길갈라드는 엘론드가 지금껏 몸을 의지했던 그 어느 곳보다도 안전하고 아늑한 성채에서, 어린 갈라실리온의 묘목을 키우듯이 진중하고 다정하게 아주 오랫동안 반요정에게 애정을 쏟았다. 엘론드가 그 전에도 그 후에도 없을 만큼 길갈라드를 따랐던 이유는 길갈라드가 엘론드를 바라볼 때마다 그 누구보다도 그를 애틋하게 여겼기 때문이었는지도 몰랐다.

 그렇게해서 먼 바다를 향하던 시선은 차츰 줄어들었고, 길갈라드가 “나의 페레델”이라고 부르면 엘론드는 아직 입 밖으로 소리가 되어 나가지 않은 길갈라드의 이름을 내뱉는 준비를 하듯 아주 작게 입술을 열고 길갈라드를 돌아봤다.



 엘론드가 그렇게까지 변하는데는 길갈라드가 처음 엘론드를 마주했을 때 느꼈던 애틋한 감정이 다른 것으로 변하는 것이 충분한 시간이 들었다. 길갈라드는 그가 가졌던 애틋함이 달라졌다는 것을 쉽게 알아차리지는 못했지만 적어도 엘론드가 머리칼조차 흔들리지 않을 만큼 천천히 그리고 나긋하게 몸을 움직여 자신을 바라볼 때마다 손을 뻗고 싶었다. 무방비한 표정으로 온전히 자신의 이름을 부르기 위해 입술을 여는 엘론드의 뺨은 사랑스러웠고, 문득 엘로스를 떠올리며 누메노르를 향하는 눈길을 자신의 성채에 붙잡아두고 싶었다.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하세요.”


 “길갈라드님.”


 흐린 눈으로 초점 없이 엘론드의 뒷모습을 바라보는 날이면 간혹 엘론드는 나지막한 목소리로 웃으면서 돌아보고는 했다. 은실로 수 놓은 남색 소매에 싸인 손을 뻗어 길갈라드의 손등을 덮으며 불러오는 상냥함은 엘론드의 천성과 길갈라드의 다정함이 일궈낸 결과처럼 보였고, 고개를 비스듬히 숙인 표정은 길갈라드가 북쪽의 오르크 떼를 걱정하고 있기라도 하는 양 진지했다. 그렇게 희고 깨끗한 손으로 덮인 손등을 바라보면서 대답을 망설이고 있으면 엘론드는 그제서야 이름을 불렀다. 에레이니온. 무슨 생각 하세요.


 “북쪽을 생각한건 아니란다. 엘론드.”

 “요즘 그런 표정을 자주 짓고 계세요.”


 품에 안길 듯 말듯 모호한 거리를 두고 곁에 앉아 비스듬히 길갈라드 쪽으로 몸을 기울이는 것이 엘론드가 그 오랜 시간 동안 겨우, 아주 어렵게 배운 애정의 한 가지 표현법이었다.

 오르크를 토벌하기 위한 토벌대에, 길갈라드와 함께 출정을 허락받은 뒤로 엘론드는 길갈라드의 오른편을 허락받았고 화살과 칼이 쏟아지는 전장 가운데에서 길갈라드가 있는 편으로 엘론드는 비스듬히 말과 함께 몸을 기울였다. 그것은 점차 오랜 시간을 드리워 눈치 채기 어렵지만 분명히 남은 습관이 되었고, 말에서 내린 뒤에도 이따금은 엘론드 자신도 모르는 사이 남아있게 되었다. 그 습관을 아는 사람도 습관의 대상이 되는 길갈라드 뿐이었으나, 길갈라드는 알면서도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길갈라드는 자신에게로 기울어오는 엘론드의 몸을 그대로 밀어낼 생각도, 그대로 품에 감히 끌어들일 생각도 하지 못했다.

 긴 시간이 지나도 여전히 어린 그의 페레델은 별 빛이 이는 밤처럼 아름다웠다. 영글어가는 갈라실리온의 묘목처럼 근심과 그리움에 쌓여있던 눈에는 생기가 돌기 시작했고, 별의 지붕이라는 이름처럼 그의 얼굴에는 점점이 별빛이 어린 것 같이 느껴졌다. 중간계의 가장 고귀한 상급왕도 감히 애틋한 애정 외의 것으로는 손 댈 수 없는 것이 있었다.




 “엘론드.”


 길갈라드는 손을 뻗는 대신에 페레델의 이름을 불렀고 소리 없이 대답을 하는 눈과 마주치고 나면 늘, “아니, 아무 일도 아니다.” 하고 답했다.



 에레이니온은 천천히 깨닫고 있었다. 그는 한 번도 누군가의 완전한 아버지인 적 없었기 때문에 아버지의 애틋함만을 품는 법을 몰랐다. 는 엘론드를 향한 애틋한 감정이 그도 모르는 새 그 이상의 것이 되어있음을 인정해야했다.

 길갈라드는 투린 투람바르와 니니엘의 사랑이 왜 저주의 일부였는가를 모르지 않았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페레델은 사랑스러웠다. 엘론드의 눈길이 밖을 향하는 횟수가 점차 줄어들 수록 길갈라드는 그것에 희열을 느꼈고 소리 없이 기뻐했다.




감히 함부로 뻗지 못한 고귀한 왕의 손길은 이따금 별 빛이 어두워 엘론드가 나쁜 꿈에 시달리는 밤에 모습을 드러냈다. 사방이 트인 침실은 성채 가장 안 쪽의 미풍이 부는 곳에 놓여있었다. 그런 밤이면 길갈라드는 엘론드의 발치에 앉아 희미하게 찡그려진 어린 반요정의 이마를 쓸었다. 에아렌딜의 빛이 보이지 않는 밤이면 길갈라드는 엘론드의 꿈 속에 마이드로스와 마글로르가, 그리고 떠난 엘로스가 나타나 그를 신음하게 하는 것은 아닌가 염려스러워졌다. 길갈라드의 감정은 이제껏 없었던 격렬함으로 요동쳤고 숨이 막힐 것 같은 안타까움으로 손 끝이 떨려왔다.



 “에레이니온.”


 “엘론드?”



 급작스러운 부름에 돌아보자 엘론드는 반만 뜨인 눈으로 길갈라드를 바라보다가 다시 눈을 감았다. 길갈라드는 한 참 동안 다음 말을 기다렸지만 엘론드의 가슴팍은 나지막하게 오르내렸고, 조용한 숨소리만 남겨졌다. 그는 한참 동안이나 더 고요한 숨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말 없이 엘론드의 발치에 앉아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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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처 리퀘스트. 어린 엘론드가 기여워 죽는 길전하였다고 한다. 는 무슨 왜 마이로드 어려서부터 미망인포스요? 진짜 뻥 안치고 갈수록 글이 후퇴하는 것 같다. 진심. 안농담. ㅜ.ㅜ오랜만에 덕질하는데 잘 쓰고 싶다 베리머치. 무슨 버퍼링 걸린 사람마냥 글 쓰는데 버벅 버법버버거벅 어버버버버하고 있음...ㅠㅠ...길엘은 사랑입니다 두분 발리노르에서 행쇼ㅠㅠ썰이 너무 좋아서 잘 뽑고 싶었는데 통탄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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