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가 찌근거리는 하늘 높은 날. 시골 자그마한 박물관. 기와가 무너질 것 같은 빨간 문을 넘어서자 머리가 서늘하게 미소 짓는다. 검게 그을린 석단 앞에 찡그린 얼굴로 서 있는 내 앞으로 머리만 덩그러니 당신이 고요히 미소 짓는다. 비 가리개도 없고 위엄을 지키는 울타리도 없다. 말라 비틀어져 서 있기도 힘든 잡초 위에 머리만 덩그러한 당신. 나는 당신을 뭐라 부르면 좋을까요? 매미도 울지 않는 여름의, 눈부신 빛 속을 나는 당신에게 다가간다.
(중략)
나는 도대체 무엇인가? 나는 이국 일본의 언어를 말하니 당신의 이름을 이해하지 못한다. 나는 도회인의 손을 가졌으니 당신을 흔들어 움직일 수 없다. 나는 야간열차를 타고 배를 타고 일본에서 왔다. 그 까닭에 이곳에서 때로 교토를 생각한다. 불국사를 보고 다이도쿠지를 생각한다. 하지만 아마 당신은 일본을 틀림없이 알고 있으리라. 당신이 몸을 잃은 것도 코가 잘려나간 것도 그 나라와 무관하지 않은 듯 하다. 당신의 눈으로 그 나라의 인간이 이 나라에서 무엇을 했는지 봤을 터이다. 나는 일본에서 온 여행자.
당신은 왜 나를 나무라지 않는가? 의기양양한 얼굴로 카메라를 들고 당신을 불쌍하게조차 여기지 않는 나를?
당신은 미소 짓는다. 마당 징검돌같이 연이은 산 속에 벌레처럼 달라 붙어 사는 백성들에게 둘러싸여 당신은 미소 짓는다. 시골 박물관의 마당 끝에서 아무 일도 없는 듯이 미소 짓는 당신. 새카만 세월의 흔적. 돌이 되어 있는 당신. 당신은 금이나 구리 따위가 아니다. 돌로 만든 조상의 그 분별이 자칫하면 안쓰러워서 나는 당신 앞에서 무심코 눈물 흘릴 뻔한다.
그러나 나에게는 불가해하다. 밤의 해협을 넘어 처음 내 나라에 발을 디뎠으니 그래서 누가 뭐라해도 나는 납득할 수 없다. 당신의 넉넉한 입언저리가 왜 참을 수 없는 분노로 일그러지지 않는가? 당신의 부드러운 눈의 윤곽에서 왜 피눈물이 흘러나오지 않는가? (이하생략)
시집 후기에서 나는 "이것이 나의 마지막 시집이 될 것"이라고 썼다. 나에게는 일본어로 조국에 대해 쓴다는 것의 한계가 보였을 뿐만 아니라 모국어(조선어)로 쓰기에는 내가 지나치게 '일본인' 스러웠기 때문이다.
Frustrated desires are a common theme in René Magritte’s work. Here, a barrier of fabric prevents the intimate embrace between two lovers, transforming an act of passion into one of isolation and frustration. Some have interpreted this work as a depiction of the inability to fully unveil the true nature of even our most intimate companions.
예를 들면 영화속의 라일리의 코어 메모리에는 '하키'를 하는 장면이 포함되어있음. 영화 내부에서는 '하키를 좋아하는 라일리의 성격'='하키섬'으로 단순화 되기는 하지만 코어메모리를 통해서 형성된 '하키를 좋아하는 성격'이란 그 속에 경쟁을 즐길 수 있는 경쟁 심리, 신체적 운동을 통해 이룬 근본적인 자신감과 자기존중감, (응원과 격려를 하는)부모에 대한 신뢰감과 지지감 등이 포함되어 있는 것.
하키섬과 라일리의 성격은 매우 압축적으로 표현되어있기는 하지만 어떤 중요한 기억이 성격 형성이 특수한 영향을 미친다는 부분에 대해 얼마나 직관적으로 표현하려고 했는지 고뇌가 느껴져서 좋다. 그리고 코어 메모리가 보여주는 중요한 점은 그 사건의 특수성이 아닌, '개인이 그 사건에 대해 가지는 깊은 인상'이야말로 특수성이 된다는 점.
2. 하루동안 저장된 기억은 라일리가 잠든 동안 장기기억으로 전환된다
학계에서는 '단기 기억'이라는 말을 쓰는 대신, '작업 기억working memory'라는 말을 쓰기로 했다. 장기기억이 하드드라이브라면 작업기억은 현재 일얼 처리하는 RAM같은 것. 라일리가 일어나서 움직이는 동안 워킹 메모리는 그 각각의 기억을 처리하고, 라일리가 잠든 동안 낮동안의 기억들은 장기기억으로 전환된다.
낮동안의 기억이 '사람이 잠든 동안' 장기기억으로 전환된다는 것도 놀라운 고증을 보여준다. 실제로 사람의 뇌는 사람이 잠들어 있는 동안 낮동안의 기억, 학습등을 복습한 뒤 장기기억으로 전달한다.(학창시절 내내 잠을 자는 것은 중요하다고 한 선생님의 말씀은 사실 정말로 맞는 말이다.) 예를 들어 낮동안 내가 피아노 한 곡을 새로 배웠다고 하고, 이 멜로니가 ABBABACCAC라고 한다면, 잠을 자는 동안 사람의 되는 낮에 배운 ABBABACCAC를 2배의 속도로 복습해서 장기기억으로 토스시켜준다. 실제로 사람이 자는 동안 뇌파를 들여다보면 낮동안 배운 ABBABACCAC가 두배의 속도로 리플레이되고 있는 뇌파를 찾아낼 수 있다.
3. 우울한 슬픔이
무엇이 되었든 간에 특정 감정을 억누르는 것은 사람에게 있어 좋지 않은 일로, 슬픔이가 자꾸 이상 행동을 하는 것 만으로도 현재 조이가 슬픔이를 억제하고 통제하려는 것이 '건강한 정신'적 처리 상태가 아님을 알 수 있다. 조이가 슬픔이를 원 밖으로 나오지 못하게 할수록 슬픔이는 우울해진다. 슬픔이의 이상행동은 슬픔을 억누를수록 슬픔이 고스란히 스트레스화 되어서 우울감, 우울증으로 전이되는 감정 상태를 대변한다.
4. 무서운 꿈을 꿔야한다
사람이 꿈에서 깨는 경우는 '무서운 꿈'으로 부터 자신을 보호하려고 할 때 뿐이다. 즐거운 꿈이나 기쁘고 재밌는 꿈 속에서는 나를 보호할 필요가 없지만, 무서운 꿈은 신체적 정신적인 '항상성'을 위협한다. 사람이 꿈에서 깨는 것은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한 장치로, 슬픔이와 개가 망쳐놓은 무서운 꿈에서만 라일리가 깨는 것은 그런 꿈의 항상성과 보호기제에 대한 부분을 잘 보여준다.
5. 라일리는 사춘기야! 아무 것도 느낄 수가 엄찌!
기쁨(조이)가 억제한 건 슬픔이 뿐이지만, 결국 감정을 억눌러서 스트레스가 한계치에 도달하게 되면 뇌와 감정은 파업을 한다. 가출하는 라일리가 아무것도 느끼지 못하는 상태가 이 상태로, 심리학에서는 전공용어로 이것을 '감정 둔마'라고 말한다. 감정이 둔화되는 것, 둔감하여 아무것도 느낄 수 없는 상태다.
6.감정 둔마-가족 재결합의 키워드
감정 둔마 상태의 라일리를 구해준 건 결국 슬픔을 억제하지 않아도 된다는 키워드. '늘 웃는 아이가 아니어도 된다'는 말은 라일리가 본인의 감정을 억누르지 않아도 된다는 것으로, 즉 감정이 제기능을 할 수 있도록 라일리의 정신적인 이슈의 키워드를 건드려 준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리고 동시에 '네가 어떤 아이이든 괜찮다'는 내포된 뜻은 무조건적인 가족간의 신뢰감을 나타내준다.
6-1. 재미있는 것은, 라일리가 슬픔을 억제한 이유, 조이가 슬픔이를 억제한 이유도 '라일리가 웃는 아이라서 좋다, 다행이다, 고맙다'라고 말한 부모로 부터 비롯되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 아이는 언제나 부모의 사랑을 갈구하는 존재이기 때문에, 부모의 언어는 아이가 스스로의 가치를 규정하는데 큰 무게를 가진다. 부모의 언어에 의해서 라일리는 '늘 웃는 아이여야한다' 또는 '웃는 라일리'라는 가치로 스스로를 규정했고, 그 가치로 인해 스스로를 억제한 것. 그러나 '웃지 않아도 괜찮다'라는 말로 부모를 통해 이슈가 해결 된 것.
6-2. 아이가 부모에게서 무조건적인 신뢰감과 지지감을 얻을 때, 즉 세상 모든 사람이 등을 돌려도 부모의 품(또는 양육자의 품)에서 안전하다고 믿을때, 심리학은 이를 '내적 안전 기제'라고 일컫는다. 내적 안전 기제를 가진 사람은 외부로부터의 미움, 증오 속에서도 쉽게 무너지지 않고 쉽게 좌절하지 않는다. 도움이 필요하다고 판단될 때에는, 양육자가 자신을 도와주리라고 의심하지 않고 믿고 손을 뻗을 수 있다. 무조건적으로 안전한 장소가 있다는 근본적인 믿음이 자신도 모르는 사이 머리속에 존재하고 있기 때문에.
7. 리콜부스
사람이 특정 기억을 떠올리는데에는 '인출'이라는 과정이 필요하다. 계좌에서 돈을 뽑듯이 인출해야하는 것인데, 이 인출기가 고장나면 돈이 안나오듯이 기억도 올라오지 않는다. 흔히 과거의 경험을 잊어버리는 기억상실증은 대부분 이 '인출' 과정이 제대로 움직이지 않아서. (방금전 일어난 일을 잊는 기억상실증의 경우 저장에 문제가 있는 쪽이다).
장기기억에서 메모리를 꺼내 워킹 메모리로 올려주는 과정을 '리콜' 즉 인출이라고 한다.
8. 빙봉
발달심리학은 어린 아이들이 상상의 친구와 노는 일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말하며, 이 상상속 친구는 구체화되지 않은 채로 유년시절과 함께 사라진다. 대체로 도깨비, 귀신 등을 무서워하는 나이가 이 즈음이다. 상상속 친구는 상상이라는 개념이 발달하는 시기에만 자연스러운 일이고, 성장한 라일리가 빙봉을 잊고 있는 것은 빙봉의 탄생과 마찬가지로 자연스럽고 당연한 일.상상속 친구와 함께 성장하는 것은 그렇게 '건강한'일이라고 보지 않는다.
8-1. 이 상상속 친구의 탄생은 자연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이 시기에 '망상' 장애를 가진 유아동을 구분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단 아쉬웠던 점은, '기억의 쓰레기통' 인데 사실 인간의 뇌는 한번 보고 듣고 기억한 것은 잊지 않는다. 일부는 전의식이나 무의식속으로 저장되지만, 리콜recall되지 못하는 대부분의 것은 단지 리콜되지 못하는 것 뿐으로 그 기억 자체가 뇌 안에서 영영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일부의 기억은 기억을 떠올리게 하는 매개체가 있다면 다시 의식 수준으로 돌아오기도 한다. 사람은 한 번 기억한 것은 잊어버리지 않는다. 기억하는 법을 잊어버리는 것 뿐!